### 인 연 8 ###

2018/07/26

### 인 연 8 ### 



< 철이 > 


학교 과방에 입대하기전 마지막으로 선배들과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려고 들렸습니다. 

술이나 한잔 하고 가라고 했지만 거절을 했습니다. 

오늘 내일은 일찍 집에가 가족들과 보내야지요 과방을 나왔습니다. 

교내 우편배달부가 우편물들을 한아름 들고 들어가네요. 

크리스마스카드들도 많이 눈에 띠는군요. 

메리 크리스마스다. 

곧 입대를 할려니까 그녀가 보고 싶네요. 

하지만 캠퍼스에서 그녀와는 마주쳐지지 않았습니다. 

짧게 깍은 내머리가 조금은 어색한 모습입니다. 

안마주쳐지길 잘 했네요. 



< 민이 > 


어제 그에게 조금 긴 내용의 성탄절 카드를 보냈습니다. 

그때 만남장소에 못나가 죄송하다며, 

22일날 다시 만남을 가지실 의향은 없는지 물어보았지요. 

그 시각, 그 장소에서 말입니다. 

그가 답장을 줄까요? 

그도 나한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면 

왜 그렇게 서로 모르는 척 눈치만 봤을까요. 

아쉬운 미소가 맺힙니다. 



< 철이 > 


드디어 소집일입니다. 

집에서 엄마는 그냥 잘 갔다오라는군요. 

제가 어디 놀러갑니까? 

하여간 잘 다녀오겠습니다. 

의정부로 갔습니다. 

진짜 총을 매고 있는 군인을 보니 좀 무서웠습니다. 

날씨는 또 왜 이리 춥습니까? 

입대하는 사람을 따라온 사람도 많습니다. 

늙은 국군 아저씨가 여러 말을 하는군요. 

집에 가고 싶은 사람 손들라고 했습니다. 

들어버릴까? 

누가 하나 손을 들었는데... 

연예인 누구였습니다. 

신기합니다. 사인이나 받을까요? 

누가 그를 데리고 나가는군요. 

진짜 집에 보내줄려고 저러는 걸까요? 

나중에 군기가 들어 돌아온 그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낯선 곳에서 하루밤을 보냈습니다. 



< 민이 > 


그가 답장이 없군요. 

계속 도서관을 나왔었지만 그의 모습을 볼 수는 없었습니다. 

도서관 여름방학 때 앉던 자리에 계속 앉아보지만 그는 제 옆자리에 없습니다. 

혹시나 하는 맘에서 약속시간이 되어 커피숍을 가보았습니다.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한잔 했습니다. 

분위기가 좋군요. 

설레이는 맘으로 꿈을 꾸었습니다. 

그가 내게로 와서 좋은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호호, 내가 30분 정도 졸았군요. 

3시간동안 그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편지를 못 받았을까요? 

그때 그도 이렇게 나를 기다렸을까요? 

아쉬운 맘으로 커피숍을 나왔습니다. 

오늘 그와의 만남이 있었다면 크리스마스때 영화도 보러가고 했을터인데... 



< 철이 > 


크리스마스 이브날에 본격적으로 훈련소로 배치되어 

신병훈련을 받게 되었습니다. 

날씨가 더 춥군요. 

그래도 우리는 행운아라며 군발이 아저씨가 초코파이를 돌렸습니다. 

후후, 그것이 그 후로 6주동안 한번도 볼수가 없었던 

사제간식이었다는 걸 그때는 몰랐지요. 

우쒸, 크리스마스인데 아침부터 운동장을 돌리는군요. 



< 민이 > 


야, 신난다. 크리스마스가 내일입니다. 

언제나 이날은 설레였지만 올해는 대학생이라는 신분때문인지 더 설레이네요. 

고등학교 친구들과 명동을 나갔습니다. 

오늘밤을 장식하는 많은 조명들과 그속에 담긴 사람들의 밝은 표정, 그리고 여기저기서 들리는 캐롤송들... 

이런 날은 사랑을 해야지요. 

눈송이라도 떨어진다면 정말 그 누구라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날씨가 추웠지만 거리를 마냥 돌아다녔습니다. 



< 철이 > 


새해를 훈련소에서 맞이 하다니 기분이 개떡같습니다. 

그래도 1월 1일이라고 훈련은 안시킵니다. 

담배도 피고 싶고 초코파이도 먹고 싶습니다. 

훈련을 시작한지 며칠되지도 않았는데 손등이 다 깨졌습니다. 

날씨가 추워서 그렇습니다. 



< 민이 > 


새해가 되었습니다. 

올해가 나의 만 20세 되는 해입니다. 

조금 있으면 내 생일이 다가옵니다. 

올해는 모두들 행복하시고, 

나에게 진하게 잊혀지지 않는 사연 하나 남기게 해주옵소서. 

그는 계속 마주쳐지지도 않습니다. 



< 철이 > 


오늘도 눈이 오는군요. 

지겹습니다. 

이런 얼어죽을 날씨에 무슨 명상입니까? 

운동장에 앉혀놓고 무슨 명상을 하라고 하십니까? 

이러다 얼어 죽는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손등도 다 깨지고 복숭아뼈 다 까지고 발가락도 불어터졌습니다. 

이제는 목까지 쉬어갑니다. 

어머니 서럽습니다. 

명상을 해야하는데 잘 안되는군요. 

그녀의 모습이 아련히 스쳐갑니다. 

요즘은 그녀의 모습도 잊고 살았습니다. 



< 민이 > 


눈이 조금 더 왔으면 했는데, 조금밖에 오지를 않는군요. 

차가운 날씨에 입김을 뿜으며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묘미도 참 좋네요. 

도서관 앞에서 사람들의 오고 감을 느꼈습니다. 

그는 도서관을 나오지 않을려나 봅니다. 

한달째 그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의 편지에 대한 나의 태도가 그에게 많은 아픔을 주었을까요? 

잘못된 이해로 그렇게 되었던건데... 



< 철이 > 


내일은 훈련소 퇴소를 하고 자대로 배치를 받아 떠납니다. 

부모님이 내일 오시겠지요. 

오늘 건빵을 받아들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알아보기 쉽게 엄청 크게 쓴 어느 초등학생의 위문편지는 

내가 국군아저씨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눈물젖은 건빵을 받아들고 울먹거리는 녀석들이 저 말고도 많군요. 

지금 내 목소리는 내가 아닙니다. 

겨울에도 사람피부가 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붉고 시커멓게 탄 얼굴, 손톱 한쪽은 피가 맺혔고 

손등은 다 깨지고 발도 엉망이지만 오늘은 즐겁습니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간식과 편지, 그리고 내일은 부모님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웁네요. 많은 것들이... 

바깥세상이, 친구들이, 그리고 그녀의 모습이 오랜만에 선명하게 그려집니다. 



< 민이 > 


오늘이 바로 나의 20번째 생일입니다. 

동아리 선배들과 친구들이 장미꽃 20송이를 주었습니다. 

케익에 작은 촛불을 스무개 꽂고 생일축하 노래를 들었습니다. 

생크림을 얼굴에 묻혀주며 앞으로 성인으로서 삶을 아름답게 꾸미라는 선배들의 모습이, 감사의 마음이 담깁니다. 

집에서도 케익에 초를 꽂고 부모님과 언니들과 동생의 축하를 받았습니다. 

행복합니다. 

오늘 받은 장미를 화병에 꽂았습니다. 

그러고보니 그도 예전에 장미를 나한테 준적이 있군요. 

그때는 그가 준 것인지 몰랐지만... 

오늘 잊혀지지 않고 있는 그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 철이 > 


엄마가 내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후후, 내모습이 그렇게 초췌해 보였나요? 

변소뒤에서 밖에서 가져온 담배맛을 보았습니다. 

그렇게 맛있을수가 없었습니다. 

연기를 뿜으며 앞으로의 생활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습니다만 

잘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하하, 그녀와는 인연이 없나봅니다.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참 그립지만 말입니다. 



< 민이 > 


어제 생일이 지나갔기 때문일까요? 

오늘은 기분이 또 다르군요. 

이제 엄연히 저도 성인이니깐요. 

날씨는 오늘따라 더 춥습니다. 

그는 지금 무얼할까요? 

어제 생일날 그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보았는데... 

훗날 그와의 인연의 끈은 맺어질까요? 

내 맘에 품고 계속 그리움이란 단어를 새기고 있으면 그렇게 될것 같습니다. 



< 철이 > 


나이는 비슷한 놈들인데 왜 그렇게 높아 보일까요? 

고참들에게 전입신고를 하는데 많이도 떨렸습니다. 

서러운 일도 많이 당하고 아니꼬운 일도 많이 당했지만 

군대생활은 그렇게 힘들지만은 않았습니다. 

여기는 문산이라는 곳으로 내가 몸담은 곳은 30사 기계화부대였습니다. 

곧 봄이 오면 이렇게 춥지만은 않겠지요? 



< 민이 > 


얼마 안 있으면 새학년이 시작될텐데, 

그의 모습은 정말 우연으로도 만나지지 않았습니다. 

혹시 그가 어디 멀리 여행이라도 갔을까요? 

그의 기억은 뚜렷한데 모습을 그려내기가 점점 힘이 들고 있습니다. 

잊혀져가는 건가요? 



< 철이 > 


하하, 자대배치 두달만에 내 후임병이 들어왔습니다. 

진짜 신납네다. 

"내가 어떻게 보이냐?" 

"예! 하늘처럼 보이십니다." 

"하하, 그렇지." 

고참들이 장난치며, '짝대기 하나끼리 잘 논다' 그럽니다. 

고참님들도 느껴보시지 않았습니까? 

내 밑에 누가 있다는 거, 그거 기분 좋군요. 

앞으로 내, 널 키워주마. 



< 민이 > 


신입생들이 우리동아리 신청을 하지 않아 걱정이었는데 

이제 열명을 넘겼습니다. 

제 위치가 높아졌습니다. 

신입부원들이 귀엽습니다. 

이제 동아리방에서 저도 인사를 받습니다. 

항상 인사를 하며 동아리방을 들락거렸는데 

이제 나도 '선배님 안녕하세요.' 그런 인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호호, 나보고 꼭 선배누나라 부르는 남자후배가 하나 생겼습니다. 

그래, 내 특별히 넌 잘 봐줄께. 

어찌보면 그하고 분위기가 비슷합니다. 



< 철이 > 


나도 이제 얼마 안있어 짝대기 두개가 됩니다. 

후임병도 세명이나 됩니다. 

내 짬밥이 하루하루 푸짐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편지는 화장실에서 숨어서 씁니다. 

오늘은 부모님께 편지를 썼었습니다. 

그리고 자전거타던 놈한테도 편지를 보냈습니다. 

부모님 말고 군대갔다고 편지보내준 놈은 

그래도 친구라고 그놈밖에 없습니다. 

바깥세상의 소식을 잘 적어보내라며, 

무릎에 대고 쓴 글씨라 개발세발이지만 편지를 썼습니다. 



< 민이 > 


오늘 예전에 그에게서 받은 편지를 꺼내 읽어보았습니다. 

그의 마음속에 그려진 내 모습이 참 곱게도 적혀있습니다. 

내 마음속 그의 모습처럼... 

그런데 그의 모습은 몇달째 보이지 않습니다. 

곧 여름이고 또 방학이 찾아올 것인데, 

그는 도서관에서도 캠퍼스에서도 보이질 않습니다. 

그의 친구가 자전거를 타고 내곁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때도 그의 모습은 볼수가 없습니다. 

그 자전거뒤에 다리를 벌리고 고개를 바로한 채 

그가 나를 지나쳤던 기억이 나를 미소짓게 하는군요. 



< 철이 > 


하하, 드디어 휴가를 나갑니다. 

짝대기 두개를 달고 말입니다. 

군복이 자랑스럽습니다. 

에이급 군화에 에이급 군복을 입고 부러운 후임병들의 인사를 받고, 아침일찍 부대를 나왔습니다. 

군복이 조금 덥군요. 

학교는 지금 한창 기말고사 준비로 바쁘겠군요. 

집에 들리지 않고 학교를 먼저 들렸습니다. 

군모로 내려쓰고 눈에 힘을 주며 학교 캠퍼스를 들어섰습니다. 

참 오랜만이군요. 

이 캠퍼스정경이 조금은 낯섭니다. 

후후, 자전거타던 놈도 영장이 나왔다는군요. 

확, 강원도 최전방이나 걸려버려라. 

캠퍼스를 그와 걸었습니다. 

그리고 그리운 그녀를 보았습니다. 

여전히 그녀는 이 캠퍼스를 아름답게 꾸미며 

매일 다른이들의 시선을 받았겠지요. 

모자를 더 눌러썼습니다. 

그녀가 이쪽을 한번 쳐다보고는 갔습니다. 

하지만 예전, 나와 눈이 마주칠 때처럼 

눈길을 이쪽으로 잠깐동안 준것이 아니라 찰라의 순간으로 

그냥 같이가던 친구와 웃으며 대화를 하다가 

고개를 잠시동안 돌렸을 뿐이었습니다. 

그리운 그녀의 모습이었지만 지나쳐만 갈수밖에 없는 

내 모습이 바보같습니다. 

그녀가 많이 성숙해져 보였습니다. 



< 민이 > 


다음주가 시험이라 참 바쁘네요. 

친구와 전공레포트 때문에 복사실로 가다가 

그의 친구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의 친구옆에는 군복입은 사람이 같이 있었습니다. 

군모 때문에 얼굴을 볼수가 없었습니다. 

그들이 나를 지나쳐가고난 다음, 뒤돌아 봤습니다. 

군복입은 사람의 뒷모습이 그와 닮았습니다. 

혹시 그였을까요? 

내가 그 생각을 왜 못했을까요? 

그가 안보이게 된 이유가 군대를 간 것 때문이란 생각은 못했습니다. 

그의 친구를 다시 보게된다면 한번 물어봐야겠습니다. 



< 철이 > 


휴가를 잘못 나왔습니다. 

이렇게 찬밥 신세라니.... 

다들 시험 때문에 나를 만나주지 않았습니다. 

시험이 끝날무렵 난 부대로 복귀를 해야했습니다. 

서러워라. 

다시 부대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합니다. 

부모님 마음도 아프겠지요. 

오늘 부모님과 형과 함께 갈비를 뜯었습니다. 

잘먹고 군대생활 잘 견뎌내라고 하시더군요. 

형은 대학원까지 진학해서 방위산업체에 들어갈거라고 하는군요. 

형에게 한대 맞았습니다. 

"군대가더니 위아래도 없냐"며, 자기보고 혜철이가 뭐냐며 말입니다.자기도 나를 '개철'이라 부르는 줄은 모르는가 보죠. 

내일밤은 부대 내무반에서 보내겠군요. 



< 민이 > 


오늘 시험을 끝마쳤습니다. 

가뿐한 마음으로 캠퍼스를 돌아다니다가 자전거타고 가는 

그의 친구를 보았습니다. 

때마침 그의 친구가 내앞에서 자전거를 멈추었습니다. 

담배를 필려고 휴지통 근처에서 멈추어 선 것이었습니다. 

그냥 가서 물었습니다. 

깜짝 놀라는군요. 

모르는 사람이었으니깐요. 

"계철씨는 어디 갔어요?" 라고 물었습니다. 

개철이 집에 있을거라고 답했습니다. 

"예?"라고 다시 물었더니, 

휴가나와 오늘 집에 있을거라고 하며 

"불쌍한 놈 내일 부대복귀인데 잘 놀지도 못하고..." 

그러며 아는 사이냐고 묻더군요. 

"언제 군대 갔어요?"라고 잠시 시간을 두고 다시 물어보았습니다. 

작년 12월 22일 갔었는데 몰랐었냐고 그러는군요. 

"생크림빵값은 언제 줄거에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뒤돌아 섰습니다. 

호호, 그랬군요. 

그가 군대로 떠나던 날 나는 커피숍에서 그를 기다렸던 거군요. 

그리고 내 느낌처럼 저번주에 본 그 군복입은 사람의 모습은 그였습니다. 

왜 몰랐을까요? 

그는 그렇게 편지는 보냈으면서 나한테 말한마디 없었을까요? 

참, 그의 군대주소나 물어볼걸 그랬습니다. 

그의 친구는 다시 볼수 있겠죠. 

그가 내일이면 다시 군대로 돌아가겠군요. 

오늘 혹시 그가 학교는 나오지 않을까요. 

저기 벤취가 나보고 앉아가라고 합니다. 

햇살은 조금 따갑게 땅으로 쏟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