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연 7 ###

2018/07/09

### 인연 7 ### 


< 철이 > 

일요일 저녁 무렵에 학교를 왔습니다. 
내손에는 장미꽃 다발이 들려있습니다. 
금요일날 편지를 못 전했습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편지만 남겨놓기가 그렇습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길건너 꽃집으로 가서 전에 보았던 빨간장미를 샀습니다. 
편지와 함께 그 장미를 편지함에다 놓고 왔습니다. 
그녀손에 장미가 안길때까지 시들어버리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미안합니다. 기분푸세요.' 
월요일, 캠퍼스를 걷다가 그녀의 꽃을 안은 모습을 보았습니다. 
마음이 맑아지는군요. 
꼭 내가 그녀품에 안긴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내쪽으로 걸어옵니다. 
내 뒤쪽엔 아무도 없습니다. 
나한테 오는것 같습니다. 
그녀의 코피까지 터뜨렸는데... 
혹시 저꽃을 나에게 주며, 
"이런짓 하지마세요." 
그럴것도 같습니다. 
하하, 자전거 몰던 친구녀석이 오랜만에 맘에 드는 짓을 하는군요. 
저기서 자전거를 타고 오다가 나를 불렀습니다. 
오예~, 그에게 달려갔습니다. 
친구의 자전거 뒤에 탔습니다. 
그의 자전거가 이제 그녀를 지나쳐 가려 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안았던 장미꽃을 한손으로 꽃송이를 땅으로 한채 들고 걷고 있습니다. 
자전거가 그녀를 앞지르자 난 고개를 친구의 등에 고정시켜야 했습니다. 


< 민이 > 

월요일 아침 편지함에 장미꽃이 미소짓고 있었습니다. 
누굴까? 
'저 꽃 받는 사람은 기분이 좋겠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친구가 그 꽃을 보더니 내게 온 것이라고 하는군요. 
호호, 누가 이런짓을? 
편지도 있군요. 
무기명입니다. 
여섯번째 편지는 장미꽃과 같이 보냈군요. 
장미꽃의 향기는 마음을 설레게 했지만 무기명의 편지는 그렇지 못합니다. 
편지를 보았지요. 
마지막에 쓰인 죄송하단 말. 
무슨 뜻일까요? 
호호, 장미를 들고 캠퍼스를 걷다가 그를 보았습니다. 
그가 내 모습을 보고 참 어색해 하는군요. 
그때 코피 때문에 그러는것 같습니다. 
괜찮다고 말해 주어야 겠군요. 
용기를 내어 그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런데 자전거몰던 그의 친구가 그때 마침 그를 불렀습니다. 
한동안 날 쳐다보던 그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친구에게로 달려갔습니다. 
그의 친구 진짜 맘에 들지 않습니다. 
내 어떤일이 있어도 예전에 먹었던 생크림빵 값은 받아내고 말것입니다. 
그가 탄 자전거가 내옆을 지나쳐 갔습니다. 
그를 뒷좌석에 태우고 즐거운 듯 자전거는 내 맘을 스쳐 가을속으로 사라졌습니다. 


< 철이 > 

교양수업 시간입니다. 
저기 앞쪽에 그녀가 홀로 앉아 있습니다. 
난 뒤에 앉았습니다. 
그녀의 친구가 지각을 했습니다. 
내 옆쪽에 앉아 있습니다. 
친구마저 뒤에 앉았으니, 그녀의 뒷모습이 조금은 쓸쓸해 보이는군요. 
그녀의 친구가 필기를 하다가 지우개를 빌려 달라고 했습니다. 
그녀의 친구가 부탁을 하는데 안들어 줄 수 있겠습니까? 
바로 앞좌석에 앉은 모르는 놈에게 지우개를 빌려서 그녀의 친구에게 주었습니다. 
나는 지우개가 없었거든요. 
그녀의 친구도 자세히 보니 예쁘군요. 
하지만 그녀에게 비할 수 있겠습니까? 


< 민이 > 

오늘 교양수업은 내 친구도 그도 내 주위에 없습니다. 
한번 뒤를 돌아봤습니다. 
학생이 많으니 그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친구를 만났습니다. 
호호, 저기 그도 보이는군요. 
친구가 그의 옆에 앉았었다 하는군요. 
그리고 지우개를 빌려 달랬더니 남의 것을 빌려서 자기한테 준 호의도 베풀었다고 합니다. 
친구의 웃음띤 얼굴이 얄밉습니다. 
그는 정말 내친구에게 관심이 있는걸까요? 


< 철이 > 

시월이 가버리고 십일월이 왔습니다. 
오늘은 그녀의 짧은 치마 입은 모습을 보았습니다. 
싸늘해진 날씨는 그녀의 예쁜 종아리 아래에서 
짙은 가을색으로 다시 번져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녀옆에서 걷고 싶습니다. 
열번은 채우려고 했던 편지는 어떡할까요? 
한번 만나자는 내용을 적고 싶습니다. 
오늘 일곱번째 편지를 쓸렵니다. 


< 민이 > 

학교의 모습이 너무나 노랗게 채색되어 있습니다. 
가을색 필터를 끼운 듯 파스텔의 그리움도 있습니다. 
그를 보았습니다. 
그의 모습이 그 그리움이었나 봅니다. 
그와 같이 이 캠퍼스를 걸으면 좋은 추억이 되어 낙엽처럼 내맘에 내릴것도 같지만, 그와 난 모르는 사이입니다. 
아직 아무말 오고가지 못한, 모르는 사이입니다. 


< 철이 > 

꽃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그녀와 같이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그녀도 이곳에서 버스를 타나 봅니다. 
그런데 왜 한번도 여기선 그녀를 보지 못했을까요? 
꽃집, 버스정류장, 그리고 그녀... 
매캐한 매연이 시야를 흐리기도 하지만 너무나 정겹습니다. 
꽃집 옆에 음반점이라도 있다면 영화를 찍어도 좋을 정도의 장면이 되겠습니다. 
아쉽게도 음반점은 없네요. 
그녀가 버스를 타고 사라졌습니다. 
저 버스를 탄 사람들은 좋겠습니다. 
그녀와 같이 어디를 가는게 될테니까요. 
내가 타야할 버스는 정말 짜증나게 띠엄띠엄 오는군요. 


< 민이 > 

집으로 가는 길에 CD를 하나 샀습니다. 
새미클래식 CD입니다. 
클래식은 잘모르지만 다른것보다 쌌습니다. 
그리고 실내악은 가을에 여린 마음을 가엽게 감싸줄것만 같아서 듣고도 싶습니다. 
내가 타는 버스정류장에는 반가운 사람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꽃집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그의 모습이 시어가 되어 내눈에 들어옵니다. 
오늘 시한편 적어야겠군요. 
오늘 산 CD를 들으면서 말입니다. 
아쉽게도 내가 탈 버스가 빨리 와버리는군요. 
오늘 그와의 짧은 만남은 이것으로 끝내야겠습니다. 
먼지낀 버스의 뒷유리창으로 그의 모습이 얼룩져 비추어졌습니다. 


< 철이 > 

오늘 여덟번째 편지를 썼습니다. 
교양수업을 들어가니 그녀 혼자 앞자리에 앉아있습니다. 
그녀의 뒷자리에 앉았습니다. 
참 오랜만이군요. 
그녀의 뒷자리에 앉은 것이... 
그녀는 여전히 향기좋은 머리칼로 내 기분을 좋게 합니다. 
그녀를 보니 내 자신을 알리고 싶습니다. 
그녀에게 코피를 안겼다는 죄책감이 나를 작게 만듭니다. 
가방속의 아직 봉합하지 않은 편지봉투를 꺼내 열어 학번과 이름을 썼습니다. 


< 민이 > 

그가 내 뒤에 앉았군요. 
친구는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미팅하러 갔거든요. 
그는 내 뒤에 앉아 차분히 수업을 들었습니다. 
오늘 저녁 집에 갈무렵, 편지함에서 나에게 온 편지를 보았습니다. 
교양수업 들어갈 때만해도 그 편지는 없었습니다. 
누굴까요? 
그 궁금중을 풀어주기라도 하듯 학번과 이름이 적혀 있군요. 
보낸 사람의 이름은 '성계철'이었습니다. 
그의 이름과 비슷하군요. 
하지만 그는 아닙니다. 
그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지는 않지만 
다음에 편지가 오면 이런 편지를 보내지 말라고 답장을 해야겠습니다. 


< 철이 > 

내 이름을 밝혔으니 나에게 그녀가 답장을 해줄 것도 같습니다. 
며칠째 과방의 편지함을 기웃거렸지만, 나한테 온 편지는 없었습니다. 
오늘 집으로 돌아오니 나한테 온 편지가 있었습니다. 
가히 기분좋은 편지는 아니더군요. 
'입영통지서' 소집일이 십이월 이십이일이군요. 
한달 조금 더 남았습니다.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이대로 군대를 가버리면 그녀와의 인연은 끊어질 것 같고 
영영 남남으로 살아갈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을 보며 말을 걸 용기는 나지 않습니다. 
입영통지서에 대한 답장을 그녀에게 썼습니다. 
'다음주 금요일 교양수업을 마치고 저녁에 교문앞 **커피숍에서 기다리겠으니, 한번 만나자'는 내용을 적었습니다. 


< 민이 > 

그는 얼마동안 캠퍼스에서 마주쳐지지 않았습니다. 
오늘 편지를 받았습니다. 
역시 내 생각대로 만나자는 내용으로 이 편지는 마무리되어지고 있습니다. 
혹 열번을 채웠다면 한번은 만나줄 용의가 있었지만 
아쉽게도 이 편지는 아홉번째의 편지입니다. 
이번주 금요일 교양수업을 마치고, 이 편지 보낸 사람은 만남을 기대하는군요. 


< 철이 > 

오늘 교양수업은 교수가 무슨 말 하는지 하나도 들리지 않습니다. 
앞에 앉은 그녀에 대한 두근거림이 너무도 큽니다. 
이 소리를 그녀가 들을까 두렵습니다. 
그녀가 오늘 약속한 장소에 모습을 나타낼까요? 
수업을 끝마치고 화장실 거울앞에서 옷매무새를 보고 머리도 빗었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커피숍으로 들어섰습니다. 
30분 정도 일찍 들어왔습니다. 
커피를 한잔 시켰습니다. 
그녀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3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서빙보는 아가씨의 눈치가 보여 콜라를 한잔 더 시키고 
또 한시간을 커피숍에서 보냈습니다. 
결국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밖으로 나왔습니다. 
시린 달빛이 내 심장을 관통해 나갔습니다. 
내 마음은 지금 공허합니다. 
후후, 웃음이 나오는군요. 


< 민이 > 

교양수업 그가 내 뒤에 앉았습니다. 
왠지 안절부절 못하며 나의 눈길을 피했습니다. 
그는 알까요? 
이 강의실에서 나에게 관심을 가지는 학생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사람이 오늘 나와 만나자는 제의를 했다는 것을 그는 알까요? 
그의 모습이 애처롭게 맑아보입니다. 
교양수업을 끝내고 동아리방에서 편지의 답장을 썼습니다. 
"마음을 다치게 하는 것은 원치않지만 난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편지는 이제 그만 보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편지를 받으며 기분은 좋았습니다. 
안녕히..." 
우표를 붙이고 편지함에 우체통에 넣었습니다. 
편지보낸 사람은 항상 손수 갖다 놓았지만 전 그럴 자신은 없군요. 
편지보낸 사람이 날 기다리며 커피숍에서 쓸쓸히 시간을 허비했겠군요. 
미안합니다. 


< 철이 > 

다시한번 편지를 보내 볼까요? 
하지만 편지함에서 발견한 그녀의 편지내용이 그럴 내 마음을 여지없이 꺽어 놓는군요. 
후후, 편지를 받아보며 기분이 좋았다는군요. 
그것이 나를 얼마나 비참하게 만드는 말인지 그녀는 알까요? 
편지는 기분좋게 하지만 나는 그게 아니라는 말이니까요. 
어쩔까요? 
당분간은 그녀를 마주치는 것도 두렵습니다. 
곧 기말고사가 다가올겁니다. 


< 민이 > 

편지보낸 사람한테 내가 너무 했나요? 
아무리 자기가 좋아서 편지 보냈지만은 그래도 정성이 담긴 글이었는데... 
한번 만나는 줄걸 그랬습니다. 
오늘 교양수업은 그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가 처음으로 결석을 한것 같습니다. 
다음주가 시험이라는데... 


< 철이 > 

오늘 그녀를 보았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그녀를 지나쳐 갔습니다. 
내 발자욱에 찬바람이 일고 있습니다. 
가을은 내게 많은 설레임을 불러다놓고 서럽고 아쉽게 끝이 나려나 봅니다. 
다음주가 시험인데... 
시험이 끝나면 그녀의 기억은 저물어갈 겁니다. 


< 민이 > 

오늘 그를 보았습니다. 
나는 밝은 미소를 지어주었지만 그는 나의 그 모습을 외면하는군요. 
왜 그는 저렇게 고개를 숙이며 힘없이 걷고 있을까요? 
찬바람이 불고 있지만은 자기 때문에 내 마음은 아직 가을이란걸 그는 알까요? 
이 마음이 지쳐 낙엽이 다 떨어져도 나는 그 때문에 춥지 않을거 같습니다. 
시험이 끝나면 다시 도서관에서 여름방학때처럼 나란히 앉기를 기원합니다. 


< 철이 > 

시험기간입니다. 
도서관 자리를 잡아놓고 커피를 뽑아 밖으로 나왔습니다. 
차가운 아침공기속에 입김과 함께 담배연기를 날려보았습니다. 
그녀가 이제 도서관을 나오는군요. 
따뜻한 외투를 걸치고 따뜻한 미소를 품으며 
그녀는 나를 스쳐 도서관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녀가 지나친 자리에 나의 차가운 마음이 남았습니다. 
도서관에 빈 자리가 이제 없을텐데... 


< 민이 > 

아직 이른 아침이지만 도서관 자리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시험기간입니다. 
도서관앞에서 그를 보았습니다. 
일찍 나왔나봅니다. 
그는 차가운 공기속에 그의 존재를 알리듯 담배연기를 입김처럼 뿜었습니다. 
그의 앞을 스쳐지나갔습니다. 
그 짧은 시간에 그를 느끼기가 너무나 애처롭습니다. 
그의 마음은 따뜻하겠지요? 
그를 이렇게 모르는 사람처럼 그냥 스쳐갈려니 마음이 차가운 아침공기처럼 무겁습니다. 
도서관에는 빈자리가 없었습니다. 


< 철이 > 

오늘 교양시험을 끝으로 시험도 끝이나고 학교생활도 당분간 접어야겠지요. 
교양시험 강의실에서 그녀가 내 근처에서 앉았습니다. 
나의 마음을 담아 보낸 편지는 아쉬운 결과를 주었지만 
그 아쉬움을 준 그녀의 모습은 그래도 아름답습니다. 
마지막이자 처음으로 이 교양수업이 출석을 부릅니다. 
큰일이군요. 
그녀가 내가 편지보낸 놈이란걸 알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뭐 쪽팔릴것도 없습니다. 
조금 있으면 학교와는 끝이니까요. 
내이름을 부를 때 큰소리로 답했습니다. 
내 위치를 알리듯 말입니다. 
그녀가 놀란 표정으로 나를 오랫동안 쳐다보았습니다. 
'그래요, 내가 편지를 보냈습니다. 
후후, 그때 만남을 원한 장소에서 네 시간동안 당신을 기다린 놈이 접니다.' 
답지를 아주 빠른 속도로 적고, 백지 낸 학생들 빼고는 
아마 내가 제일 처음 시험장을 나온것 같습니다. 
그녀가 답지를 적다가 내 모습을 또 쳐다보았습니다. 
시험이 끝났습니다. 
교무과에 입영통지서를 보여주며 휴학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내가 제대를 하고 복학을 하면 그녀는 4학년이겠군요. 
그때 혹시 또 볼수도 있겠군요. 
그럼 그때까지 안녕히... 
그동안 그녀 때문에 난 조그만 행복을 꿈꿀수 있었습니다. 


< 민이 > 

오늘 교양시험이 내 신입생 생활의 마지막 시험입니다. 
그가 저기 뒤에 앉았군요. 
시험 잘봐요. 
기말고사라 수강생 파악차 처음으로 마지막 출석을 부릅니다. 
전자과 출석을 부르는데 그의 이름이 없었습니다. 
수강신청이 잘못됐을까요? 
"전산과 성계철." 
그 이름이 불려 졌을때 그가 크게 대답을 했습니다. 
그 이름은 나한테 편지 보냈던 사람의 이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름은 그의 이름이었습니다. 
그럼 그의 연습장에서 보았던 이름은 누구의 이름입니까? 
한동안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습니다. 
어색하게 나를 보며 웃는군요. 
그가 편지보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고맙습니다. 
그가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난 그가 어렵게 보냈던 편지의 내용을 거절했었습니다. 
이거 난처하군요. 
편지보낸 사람이 그인줄 알았다면 난 분명 그 커피숍을 나갔을 터이고, 
그토록 바라던 그와의 인연을 맺을수도 있었을 텐데요. 
오늘 그에게 다시 편지를 써야 겠습니다. 
그가 답지를 제출하고 나갔습니다. 
어쩌면 이번 겨울은 사연이 생길 것도 같습니다.